흥국생명·화재, 건전성 개선 추진…오너 리스크 '주목'
최대주주 이호진 前회장, 특별사면 2달여 만에 횡령 혐의…신뢰회복 갈길 멀어
이 기사는 2023년 11월 02일 11시 1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흥국생명빌딩 전경. (출처=네이버지도)


[딜사이트 박안나 기자] 흥국생명, 흥국화재 등 태광그룹 금융계열사의 오너 경영체제 도입 가능성이 낮아졌다. 최대주주인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횡령·배임 등 혐의로 또다시 사정당국의 수사선상에 오른 탓이다.


앞서 이 전 회장은 올해 광복절 특별사면을 통해 복권됐다. 이에 금융사지배구조법에 따른 족쇄에서 벗어나 이 전 회장이 경영에 복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보험업계는 회계변경, 금융시장 불확실성 등 영향으로 어려움에 처했다. 이 전 회장 복귀를 통해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한 오너경영체제를 구축하고 흥국생명과 흥국화재가 보다 효율적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대두됐지만 또다시 암초를 만난 셈이다.

 

이호진 태광그룹 전 회장. (제공=태광그룹)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업무상 횡령·배임 혐의로 경찰 수사대상에 올랐다. 경찰은 계열사 임원에게 허위로 급여를 지급하고 이를 빼돌려 수십억원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계열사 임원의 겸직은 금지되지만 일부 임원이 계열사 두 곳에서 급여를 받아 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외에 태광CC를 통해 공사비를 부당하게 지원했다는 의혹도 나온다.


이와 관련, 경찰은 지난 달 이 전 회장의 자택과 종로구에 위치한 흥국생명 빌딩, 태광CC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이기도 했다. 흥국생명 빌딩을 사용하고 있는 태광그룹 계열사가 수색 대상이었다. 이 전 회장이 8월15일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에 올라 복권된 지 2달여 만이다.


이 전 회장은 2011년 1월 횡령·배임과 조세포탈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회사 자금 421억원을 횡령하고 9억원 규모 법인세를 포탈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2021년 10월 형기를 마친 뒤 출소했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금융사지배구조법)'에 따르면 벌금 이상의 형을 선고 받고 형 집행이 끝나거나 집행이 면제된 날부터 5년이 지나지 않은 자는 금융회사의 임원이 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 회장은 2021년 10월 출소했고, 2026년 10월까지는 금융회사 임원이 될 수 없었다. 하지만 광복절 특별사면을 통해 복권되면서 취업제한에서 자유로워지게 됐다.  


사면 덕분에 이 회장이 취업제한 족쇄를 벗어나자 일각에서는 흥국생명과 흥국화재 등 보험 계열사에 오너 경영체제가 도입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흥국생명 최대주주는 지분 56.3%를 들고 있는 이 전 회장이다. 흥국생명은 흥국화재 지분 40.6%를 보유하고 있다. 이 회장이 흥국생명을 통해 흥국화재까지 지배하고 있는 구조다. 



오너 경영체제에서는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한 만큼 보험업계의 위기상황을 극복하는데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됐다. 보험업계는 올해부터 도입된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따른 회계변경, 금융시장 불확실성 등 영향으로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에 헬스케어, 펫보험 등 신사업 발굴이나 해외 영토 확장, 투자역량 강화 등을 통해 돌파구를 모색하며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인수합병(M&A), 자회사 설립 등 굵직한 투자가 단행되는 사례도 여럿 나타나고 있다.


흥국생명 역시 올해 상반기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GA)을 설립해 영업 경쟁력 강화 및 재무구조 개선 등을 꾀했다. 일각에서는 계열사인 흥국화재 설계조직도 흡수하고 '규모의 경제' 효과를 통해 GA자회사의 경쟁력 및 효율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청사진이 제시되기도 했다.


특히 중소형사인 흥국생명과 흥국화재가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거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유상증자 등 대주주의 전폭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상반기 말 기준 흥국생명과 흥국화재의 신 지급여력(K-ICS) 비율(경과조치 전)은 각각 108.6%, 132.3%을 기록했다. 국내 보험사들의 합산 K-ICS비율이 생보업계 196.2%, 손보업계 210.0%인 점을 감안하면 업계 평균을 한참 밑돌고 있다.


금감원은 K-ICS 도입에 따른 보험사들의 자본확충 부담을 줄이기 위해 경과조치를 적용하고 있다. 경과조치 덕분에 흥국생명과 흥국화재 역시 지급여력비율은 각각 165.7%, 211.5%로 상승했다. 다만 보험업계 합산 지급여력비율 역시 생보 220.8%, 손보 221.6%로 높아지면서 흥국생명, 흥국화재의 지급여력비율은 여전히 업계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


지급여력비율이란 보험사의 자본건전성을 평가하는 지표다.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눠서 구한다.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이 지급여력비율을 150% 이상에서 관리하도록 권고한다. 흥국생명, 흥국화재 모두 경과조치 적용 전에는 금융당국 권고치를 밑돈다. 


흥국생명은 "연말까지 경과조치 적용 후 지급여력비율을 200% 수준으로 끌어 올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태광그룹은 이 전 회장이 받고 있는 횡령 등 해당 혐의 모두 전직 태광그룹 임원의 비위 행위로 최대주주인 이 전 회장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태광그룹은 "8월 내부감사를 실시한 결과 부동산 관리 및 건설·레저(골프장) 사업 등을 담당하는 계열사 티시스에서 내부 비위 행위를 적발했다"며 "해당 임원을 해임한 뒤 감사 대상을 전 계열사로 확대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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