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평 "SK하이닉스, 올해 실적 3개년 평균 하회"
연간기준 잉여현금(FCF), 적자기조 지속
SK하이닉스 공장 전경. (제공=SK하이닉스)


[딜사이트 김민기 기자] 한국기업평가는 올해 SK하이닉스(AA/안정적, A1)에 대해 반도체 업계 공급조절 기조 유지, 차세대 고용량 제품 판매 증가 등으로 전년 대비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나아가 올해 선단공정 경쟁력 제고와 케파 확대를 위해 설비투자 규모는 전년 대비 증가하겠지만, 현금창출력과 재고 수준의 정상화에 따른 운전자본 부담 완화 요인 등으로 차입금커버리지 지표는 1배 초반대로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수익성 회복 수준은 직전 3개년(2020~2022년) 평균수준을 하회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기평은 지난해 4분기 SK하이닉스 실적에 대해 "메모리 제조사의 감산효과 발현, 수익성 중심의 판매 전략, HBM, DDR5 등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에 따른 제품믹스 개선 등이 판가인상 여력을 뒷받침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외형이 일정수준 회복되며 감가상각비, 인건비 등의 고정비 부담이 감소한 가운데 메모리 판가 회복 등에 따른 재고자산손실 충당금 환입(약 5000억원) 등이 영업수익성 개선에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높은 금융비용 부담과 함께 낸드플래시 부문 업황 부진에 따른 키옥시아(Kioxia) 관련 금융상품 평가손실 1조4000억원(공정가치 하락), 교환사채 교환권 평가손실 9000억원 등이 영업외손실로 반영되며 1조4000억원의 분기 순손실을 기록했다는 지적이다.


한기평은 "지난해 수급 악화에 대응한 설비투자(케팩스) 감소에도 불구하고, 수익성 악화로 인한 연간 영업현금창출력 악화, 재고자산 규모 확대 등에 기인한 운전자본부담 증가 등으로 연간기준 잉여현금(FCF) 적자기조가 지속됐다"면서 "2023년말 기준 순차입금(리스부채 제외)은 전년말 대비 증가한 20조5000억원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다만 지난해 2분기 이후 완만한 영업현금흐름 개선, 재고자산 감소 전환 등에 힘입어 재무레버리지, 차입금커버리지 지표는 점진적인 회복세로 전환됐다는 평가다. 지난해말 기준(리스부채 제외)으로 차입금의존도 29.4%, 부채비율 87.5% 등 주요 재무안정성 지표는 여전히 우수한 수준이다.


올해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메모리업체 제조사들은 감산정책 효과 가시화, 공급조절 기조 유지 등이 판가와 빗그로스(비트 단위로 환산한 출하 증가량) 회복을 뒷받침하면서 영업실적이 전년 대비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한기평은 전통적인 전방 응용처 수요 회복 및 제조사들의 투자기조 변화 등에 따른 수급 개선 수준은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낸드 부문의 더딘 수급 개선, 재고부담 등에도 불구하고, AI 서버용 고용량 메모리시장의 빠른 개화, 강한 수요 성장세는 당초 예상보다 빠른 실적 개선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기평은 "수요 측면에서 생성형 AI 시장 성장에 힘입은 HBM, 서버용 DDR5 수요 증가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PC, 모바일 제품의 고사양화에 따른 메모리 채용량 증가 등 전방 응용처 실수요의 점진적인 회복도 메모리 평균 판가 개선세와 빗그로스 성장에 일정부분 기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업체별 실적 개선 수준은 HBM 등 고부가제품의 고정거래처 확보와 시장점유율 추이, D램 이익창출력 개선 속도와 낸드 부문의 채산성 방어 수준 등에 따라 다소 상이한 양상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매크로 불확실성 지속으로 인한 IT 수요 회복 지연, 제조사들의 감산정책 조기 종료에 따른 수급개선 강도 제약, D램 대비 상대적으로 업황 회복이 더딘 낸드 부문의 제한적인 수익성 개선 등 업황 회복 경로상 제약 요인이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기평은 "기술경쟁력 유지를 위한 선단공정 전환, 고부가제품 수요 대응 등으로 제조사 전반의 케팩스는 지난해 대비 늘어날 것"이라면서도 "수급 회복에 초점을 둔 생산능력 관리, 현금흐름을 감안한 투자기조를 유지함에 따라 단기간 큰 폭의 증설투자 재개로 공급과잉 부담이 재차 높아질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삼성전자가 HBM3E, HBM4 등 차세대 제품군에 있어 적극적인 시장 진입이 예정돼 있다. 하지만 SK하이닉스의 시장 선점효과, 고정거래기반과 기술 경쟁력 등을 바탕으로 중단기간 고부가제품 시장에서의 선도적 시장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중국 공장(Fab) 운영 관련 단기적인 불확실성은 크게 완화됐으나, 미국의 중국 반도체산업 규제 정책기조에 따른 사업안정성 영향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기평은 "여전히 선단공정 설비 확장은 제한적이고 미국의 첨단사업 보호 육성 기조 유지에 따른 추가적인 제재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중국 반도체산업에 대한 규제 정책은 중국 내 생산비중이 높은 국내 메모리산업의 잠재적 위험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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