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자국 우선주의에 韓 석유화학 불황 장기화"
나신평 "2025년 중 자급률 100% 상회…공급과잉 고착"
이 기사는 2023년 03월 28일 17시 5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공=나이스신용평가)


[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중국이 자국 우선주의 기조로 석유화학 제품 자급률을 높이면서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불황이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중국의 생산설비 증설과 공급과잉이 겹친 것이란 이유에서다. 

28일 나이스신용평가는 '중국 수급상황이 야기한 국내 석유화학 구조적 변화'를 주제로 온라인 세미나를 열고 이 같이 밝혔다. 


지난해 4월 중국 공업정보화부와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석유화학사업의 중단기 목표를 발표했다. 향후 에틸렌 등 기초유분 확보 수준을 대폭 상향한다는 내용이다. 이를 위해 대규모 화학공업단지를 조성하고 설비 가동률은 80% 이상, 기초유분 및 중간원료의 자급률은 10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원재료를 직접 조달해 원가경쟁력을 확보하는 한편 생산 효율성을 증대한다는 복안이다. 


중국이 자급률을 제고하는 배경에 대해 김서연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중국은 석유화학산업을 산업망의 안보를 좌우하는 핵심 기간 산업 중 하나로 인식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중간 갈등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증가한 점도 자급률 상향 정책을 강화한 요인이다. 


물론 중국의 생산설비 증설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중국은 과거 2010년대 초반에도 에틸렌 생산규모 확충을 위해 석탄분해설비(CTO)와 메탄올분해설비(MTO)를 증설했다. 최근의 증설은 에틸렌 단독 제품이 아닌 전체 석유화학 밸류체인(가치사슬)에 걸친 전방위적 자급률 상향을 목적으로 두고 있다는 게 가장 큰 차별점이다. 


설비의 종류도 눈길을 끈다. 중국의 증설은 나프타 분해설비(NCC) 방식이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에틸렌부터 BTX(벤젠·톨루엔·자일렌)까지 각종 기초유분을 생산할 수 있다. 김 연구원은 "향후 중국에서 신규 가동할 생산설비들은 규모도 클 뿐 아니라 제품 다양성, 생산효율성 면에서도 과거 대비 높은 경쟁력을 보유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기초유분 공급과잉 고착 전망"


중국이 자급률을 높이면 기초유분 공급과잉 문제가 고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연구원은 "중국이 기존에 수입해온 에틸렌, PX 등의 기초유분을 자국산으로 대체할 가능성이 높고, 이를 바탕으로 원가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며 "만약 중국 내 수요가 예상 대비 크게 성장하더라도 수입보다는 자국 내 설비가동률을 우선 올리는 방향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근거를 들었다. 


중국향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업체는 중국의 자립이 반갑지 않다. 중국은 2000년대 이후 줄곧 국내 석유화학사의 최대 고객이었다. 현재 국내에서 생산하는 석유화학제품 중 25%를 중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과거 중국이 증설에 집중하던 시기에도 국내 석유화학사들의 수출 규모가 크게 줄어들었다. 


김 연구원은 "중국이 기초유분 증설에 집중함에 따라 국내 석유화학사의 수출 규모가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며 "기초유분 공급과잉이 고착화하면 국내 산업의 불황이 장기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NCC 설비 보유·기초유분 생산 업체 영향


이번 사안은 사업구조상 기초유분 비중이 높은 업체들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NCC설비와 범용제품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LG화학, 롯데케미칼, SK지오센트릭, 한화토탈, 여천NCC, 대한유화와 기초유분 생산비중이 높은 효성화학, SK어드밴스드 등이 거론된다. 


더 큰 문제는 업체들이 중국발 위기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원동력이 있느냐다. 최근 국내 업계는 지속가능한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 투자 규모를 확대하면서 재무안정성 지표가 저하됐다. 


불황기가 지나고 호황기가 찾아올 것에 대비해 투자를 단행했지만 중국의 자급률 상승 등 구조적 변화로 불황이 길어지거나 다음 호황기 동안의 수익성이 과거 호황기 수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 연구원은 "업황 개선을 기대하고 재무적 여력을 과도하게 초과하는 투자를 단행한 경우 재무안정성 회복에 오랜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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