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해외 진출 가속페달 이유는
잇단 M&A 성사…정부 규제에 성장경로 확보 차원


[딜사이트 이호정 기자] 국내 유통 대기업들이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글로벌 영토 확장에 본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경기불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지속적으로 유통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해외서 성장경로를 찾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마트는 최근 미국 서부지역을 거점으로 운영 중인 ‘굿푸드 홀딩스’를 한화 3075억원 상당에 인수했다. 2011년 설립된 이마트가 해외 기업을 인수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CJ제일제당은 올 들어 2조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해 미국 스완스컴퍼니와 카이키, 독일 마인프로스트 등 냉동식품 기업을 인수했고, 롯데제과도 1월과 10월 각각 인도 아이스크림 회사 하브모어, 미얀마 제빵회사 메이슨을 2400억원여에 사들였다. 이들 3사만해도 올해 해외 기업 인수에 2조6000억원이나 쏟아 부었다.


유통 대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해외 기업 M&A에 나서게 된 것은 정부의 규제 강화가 주요인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역시 △대형마트 의무휴업 4회 △복합쇼핑몰 월 2회 의무휴업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금지 △신규 출점 제한 등 규제를 더 강화하는 쪽으로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문제는 유통산업발전법이 2010년 이후 6차례나 개정됐는데 모두 규제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경기가 장기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면서 역성장한 것도 유통 대기업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게 된 이유로 풀이된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중국의 경우 유통시장의 성장세가 34.7%에 달했고 일본과 미국도 각각 7.5%, 5.5%로 양호한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한국은 마이너스(-) 0.9%로 유일하게 역성장 했다. 수익성도 다르지 않다. 중국 47.5%, 일본 3.6%, 미국 0.3%씩 수익성이 개선된 반면 한국은 8.6% 악화됐다.


연구원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은 대형 유통매장에 대한 진입 및 영업 규제가 없고, 일본 역시 2000년 ‘대점입지법’ 제정 이후 사실상 규제를 폐지했다”며 “이와 달리 한국은 2012년 이후 대형 유통매장의 진입 및 영업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 경쟁력이 후퇴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복합쇼핑몰 규제에 나설 경우 일자리가 연간 6161개 사라지고, 백화점과 쇼핑센터까지 확대 시 3만2031개 줄어들 것으로 조사된 만큼 집중적으로 육성에 나서야 할 시점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유통 대기업들이 M&A를 통해 해외 진출을 선택하고 있는 이유는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데다 유통망을 손쉽게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지 기업은 현지인들의 입맛에 맞는 제품을 이미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제품의 현지화가 직접 진출보다 훨씬 쉽다”며 “현지인들에게 외국계 기업에 보이는 거부감도 덜하고 현지 생산·유통망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 또한 있다 보니 국내 유통기업들이 최근 들어 현지법인 설립보다는 M&A를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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