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지주, 증권 4000억 유증대금 캐피탈서 빼온다
한투캐피탈 4400억 유상증자 참여, 3개월만에 중간배당 3800억 회수 나서
이 기사는 2023년 06월 20일 06시 5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백승룡 기자]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자회사 한국투자증권에 대해 4000억원 규모 유상증자 참여를 결정하면서 자금조달을 또 다른 자회사 한국투자캐피탈의 중간배당을 통해 마련하기로 했다. 


지난 3월 한국투자캐피탈에 실시한 4400억원 규모 유상증자 대금을 불과 3개월여만에 대부분 회수하는 수순으로, 자산 배분 과정에서 판단미스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 한국투자금융지주, '캐피탈' 유상증자 대금 회수해 '증권' 유상증자 추진


20일 한국투자금융지주에 따르면 자회사 한국투자캐피탈은 오는 29일 3800억원 규모로 중간배당을 실시한다. 이는 같은 날 예정된 한국투자금융지주의 한국투자증권 유상증자 대금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앞서 한국투자증권은 오는 29일 4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모회사인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신주 전부를 인수한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한국투자금융지주의 별도기준 현금·예치금 등 협의의 현금성 자산은 2136만원 수준에 그쳤다.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지주사이기 때문에 현금성 자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까지 포함하면 3371억원 규모에 달하지만 여전히 유상증자 대금에 미치지 못한다. 


지난 3월 한국투자증권이 8400억원 규모의 결산 배당을 실시했지만, 한국투자금융지주는 같은 달 한국투자캐피탈(4400억원)과 한국투자저축은행(4200억원)의 유상증자 대금으로 납입한 바 있다. 한국투자캐피탈로서는 유상증자를 단행한 지 3개월 만에 증자 대금 대부분을 회수당한 셈이다.


이번 자본 재조정에 대해 신용평가사들은 일제히 한국투자캐피탈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지적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3월 4400억원의 유상증자로 자본완충력이 제고되면서 중단기적으로는 부동산금융자산에서의 손실흡수력을 확보한 것으로 판단했지만, 유상증자 대금 대부분이 이번 중간배당으로 사용되면서 유동성 대응 부담이 재차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한국투자캐피탈의 부담요인으로 향후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기업평가는 "한국투자캐피탈의 레버리지배율은 유상증자 실시에 힘입어 지난해 말 7.0배에서 올해 1분기 말 4.3배로 크게 개선됐지만, 이번 배당금 지급 시 5.7배 수준으로 저하될 것으로 추산된다"며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급격한 자산건전성 저하 시 자금조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나이스신용평가도 "한국투자캐피탈의 자기자본 규모는 올해 1분기 말 기준 1조2530억원에서 중간배당 이후 8730억원으로 크게 축소될 전망"이라며 "자본적정성 지표의 저하와 함께 대규모 현금 유출에 따른 유동성 대응능력도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부동산 PF 부실 고려한 선제적 대응" vs "신규 사업 진출 위한 것"


한국투자금융지주가 한국투자캐피탈의 신용도에 미치는 부정적인 여파에도 대규모 중간배당을 단행한 것과 관련, 시장 일각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응이 필요했던 것 아니냐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의 브린지론과 계약금 대출 등의 익스포져는 올해 1분기 기준 약 9500억원으로, 이 가운데 70%가량이 올해 만기가 돌아온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연간 순이익이 1000억원 안팎인 한국투자캐피탈이 4000억원에 달하는 중간배당을 실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지난 1분기까지만 해도 캐피탈·저축은행이 약한 고리라고 판단했지만 부동산PF 추이를 보니 한국투자증권의 자본 확충이 더 시급했던 것으로 지주사의 판단미스가 있었던 것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부동산 PF 대주단 협약이 가동되면서 만기연장 등 사업 정상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브릿지론의 경우 만기가 무한정 연장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장에서는 올해 말쯤 브릿지론의 부실이 현실화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는데, 한국투자증권 측에서는 이를 고려해 선제적으로 자본 확충에 나섰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1분기까지 계약금대출이나 브릿지론 등 부실징후 자산 규모 대비 100% 이상 충당금을 적립해 건전성을 관리하고 있다"면서도 "부동산 PF 부실이 추가적으로 진행되면 충당금 설정을 통해 자기자본이 깎이는 데다가 자기자본 대비 익스포저 지표도 악화될 수 있어 자본 확충이 필요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 측은 이번 유상증자 결정이 부동산 PF 리스크 대응 차원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회사 관계자는 "지주사는 유휴 자금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해 판단한다"며 "올해 3월에는 캐피탈·저축은행의 자본 확충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면 현재 시점에서는 증권의 자본 확충이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데 따른 자본 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투자증권은 자기자본 확대를 통해 신규 사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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