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선, 호반 인수후 2년
돈으로 쌓은 재정 건전성
③ '개미 피해 컸다' 비판도...실적 개선이 급선무
이 기사는 2023년 07월 17일 10시 0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김가영 기자] 호반그룹이 대한전선을 인수한 후 2년이 지났다. 인수 전 치솟은 부채비율과 자본 잠식으로 흔들리던 대한전선의 재정은 현재 크게 개선된 상태다. 개미투자자들의 희생과 호반그룹이 쏟아부은 수 천 억원의 자금이 만들어낸 결과다. 결국 앞으로 그만큼 실적 개선을 통해 기업가치 상승을 이뤄내야 한다. 


대한전선은 2000년대 무리한 사업 확장 및 전세계적인 금융 위기 등이 맞물려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이에 따라 2014년 부채비율이 2451%까지 늘어나면서 채권은행의 관리를 받다가 2015년에 사모펀드에 매각됐다. 2020년부터는 부채가 줄어들기 시작해 234% 수준까지 떨어졌다. 2021년에는 266%로 최고치였던 2014년에 비해서는 크게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었다. 2021년 말 당시 부분자본잠식상태에 빠져있었고 연결기준 순차입금만 4567억원에 달했다. 


호반은 2021년 대한전선 인수 직후 재정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대수술에 들어갔다. 가장 먼저 시행한 것은 무상감자다. 대한전선은 호반에 인수된 후 7개월이 지난 2021년 12월 액면가 500원인 보통주를 100원으로 감액하는 5대 1 감액 방식의 무상감자를 실시했다. 이를 통해 회사는 2021년 상반기 기준 15% 수준의 부분자본잠식을 완전히 해소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액면가 감액 방식의 무상감자는 액면가를 감액해 자본금을 낮춰 재무 건전성을 높이는 방법이다. 감소되는 자본금이 자본잉여금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자본 총계 변동 없이 자본잠식을 줄일 수 있다. 통상적으로 진행하는 발행주식을 줄이는 방식의 무상감자와 달리 발행주식수는 같고 주가도 덜 조정을 받아 주주의 지분가치가 훼손되지 않는 장점이 있다. 


무상감자와 함께 5000억원 수준의 유상증자도 진행했다. 당시 호반산업은 유상증자에 1971억원 규모로 참여했다. 유상증자를 통해 총 4854억원의 현금이 유입됐으며 대한전선은 이 돈을 포함해 8330억원을 단기차입금 상환에 썼다.


이를 통해 2022년 기준 부채비율은 84%까지 떨어진 상태다. 차입금 의존도도 99%에서 20%대로 대폭 낮아졌다. 통상 부채비율이 100% 미만일 경우 우량하다고 평가한다.


신용등급도 크게 상향됐다. 지난해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 등 2곳의 신용평가기관은 대한전선의 기업신용등급(ICR)을 'A- 안정적'으로 평가했다. 2016년에 'BB+ 안정적'으로 평가받은 이후 약 6년 만에 네 단계 상향된 결과를 받은 것으로, 대한전선이 A 등급까지 올라간 것은 2008년 이후 14년 만이다.


재무 건전성을 회복한 대한전선은 "재무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성장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고 설명하며 "재원 확충을 통해 호반그룹 편입 이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신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다만 무상감자와 유상증자 과정에서 잡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당시 감자 소식이 공시를 통해 알려진 후 주가가 하루 만에 10% 이상 폭락해 소액주주들의 피해가 발생했으며, 대규모 증자에 따른 지분가치 희석도 문제로 제기됐다. 이에 따라 당시 대한전선은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자본잉여금을 늘리는 과정을 진행하는 중이며 자본잉여금이 커지면 추후 주주가치 개선에 대한 방법들을 추진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재정 건전성이 확보됐지만 실적 개선보다는 감자와 증자 등 회계적 조정을 통해 이룬 성과라는 점은 한계로 평가된다. 호반이 대한전선 인수와 유증에 쏟은 자금은 총 4500억원 수준이다. 인수와 동시에 대한전선의 매출액과 수주잔고는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기준 영업이익은 482억원, 당기순이익은 218억원 수준이다. 호반이 단기간 내에 자금을 회수하는 것이 어려워 보이는 이유다.


대한전선은 재무 확충과 신성장 동력을 확보했기 때문에 향후 매출 상승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대한전선의 연초 수주 잔고 물량은 동량 기준 3만8000MT(메트릭톤)으로, 역대 최고 물량이었던 지난해 1월 수준을 지속 유지하고 밝혔다. 2016년 이후 7년 간 연초 평균 수주 잔고인 2만5000MT를 50% 이상 상회하는 물량이다. 2016년 초에 9400MT 수준이었던 것에 비해서는 약 4배 이상 증가했다.  


대한전선 측은 신용등급 향상 발표 당시 "강도 높은 경영정상화 과정과 호반그룹으로의 편입을 통해 회사 재무건전성과 사업안정성이 크게 개선됐다"며 "본 사업에서의 경쟁력 강화와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적극적 투자를 통해 기업의 가치와 대외 신뢰도를 지속적으로 높여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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