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시장 점검
대어 실종...'허수청약 방지책' 여파 촉각
②예심 청구 건수 반토막, 공모액 15.6조→4.5조 위축 전망
이 기사는 2023년 08월 25일 15시 1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출처 = Pixabay)


[딜사이트 전경진 기자] 올해 들어 조(兆) 단위 시가총액을 노리는 기업들의 기업공개(IPO) 추진 움직임이 크게 위축됐다. IPO 대어들은 상장 예비심사 청구조차 망설였다. 올 상반기 IPO를 진행한 대어 수도 단 1곳에 불과하다. 빅딜 실종 속에 올해 IPO 시장 규모(공모액 기준)는 전년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축소될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투자업계는 하반기 시행되는 '허수청약 방지책'의 여파를 예의주시 중이다. 빅딜 IPO의 흥행 여부를 결정할 변수가 하나 더 생겨났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IPO 흥행과 상장 후 주가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올해 빅딜 흥행을 위해서는 친화적인 몸값으로 공모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 올해 빅딜 단 4건…IPO 공모 총액 '15.6조→4.5조' 위축 전망 


25일 딜사이트가 신규 상장사 및 상장 예정기업의 예비심사청구서와 증권신고서를 분석한 결과, 올해 조단위 시가총액을 목표로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한 기업은 단 4곳에 불과했다.


파두(시가총액 1조4898억원)의 경우 IPO를 마치고 지난 7일 코스닥에 입성한 상태다. 두산로보틱스(1조6853억)와 서울보증보험(3조원 추사)은 9~10월 IPO를 진행한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3조원 추산)는 현재 상장 예비심사를 받는 중이다.


올해 들어 조단위 대어의 예비심사 청구 건수는 급감한 상태다. 지난해만 해도 총 10곳의 대어들이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한 바 있다. 컬리, SK쉴더스, 쏘카, 더블유씨피, 골프존카운티, 바이오노트, 케이뱅크, 교보생명, 라이온하트스튜디오, 오아시스 등이 그 주인공들이다.


(출처 = 한국거래소, 각사 증권신고서)

예비심사 청구 건수가 급감한 것은 증시변동성 확대로 지난해 대어들이 잇달아 공모를 철회한 영향이 컸다.


실제 지난해 예비심사를 청구한 대어 중 컬리, SK쉴더스, 골프존카운티, 케이뱅크, 라이온하트스튜디오, 오아시스 등은 IPO 계획을 연기한 바 있다. 교보생명의 경우 상장 예비심사 때 미승인(부적격) 판정을 받으며 상장 계획을 미뤘다.


2021년 예비심사를 승인 받고 지난해 IPO 공모에 나섰던 기업들의 흥행 실패도 대어들의 공모 자신감을 떨어뜨렸다. 현대엔지니어링, 원스토어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투자심리 위축 속에서 공모 철회 신고서(증권신고서)를 제출하는 부침을 겪었다.


업계는 조 단위 빅딜이 줄면서 올해 IPO 시장 크기(공모액 기준)가 전년 동기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축소될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해 전체 IPO 공모 규모는 15조6000억원에 달했다. 반면 올해 전체 IPO 기업의 공모 규모는 4조5000억원 수준에 머물 것으로 관측된다.


IB업계 관계자는 "다른 대어들이 9월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한다고 해도, 심사 기간 및 일정 등을 감안하면 연내 IPO를 진행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올해 빅딜 수는 최대 4건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출처 = 한국거래소, 각사 증권신고서)

◆ '허수청약 방지책'  투심 위축 우려…"저렴한 IPO 몸값 고려 필요" 


업계는 올해 IPO를 나서는 대어들의 공모 성적을 주목한다. 공모 흥행에 성공할 시 대어급 IPO들이 다시 시장에 활발히 나타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공모주 투자심리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하는 한편, 하반기 '변수'를 우려하고 있다. '허수청약 방지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대어들의 공모 불확실성이 일시적으로 확대됐다는 평가다.


허수청약 방지책은 수요예측 때 기관 투자자들의 청약 주문 물량을 제한하는 조치다. 펀드로 투자할 경우 운용자산액(AUM)을, 법인으로 직접 투자할 경우 자기자본 총액을 기준으로 청약 가능한 주문 총액을 제한한다. 허수청약 방지책은 7월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기업들부터 적용된다.


이럴 경우 수요예측 경쟁률은 상반기 대비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의 '거품(허수)'이 사라진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문제는 수요예측 경쟁률을 기준으로, 청약 유무를 판단해온 일반투자자들이 일시적으로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이다. 즉, 기관들이 특정기업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고 오판해 일반투자자들이 청약에 참여하지 않는 일이 불거질 수 있다.


대형 IPO의 경우 일반투자자 몫의 공모주 물량만 수천억원에 달한다. 일반 투자자들이 청약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경우 IPO 대어들은 공모주 미매각 사태를 맞닥뜨릴 수 있는 셈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일반청약에서 미매각분이 발생할 경우 이를 기관투자자들에게 배정하는 식으로 공모를 완수할 수는 있다"며 "하지만 IPO흥행 실패로 향후 시장 평판이 저하되면서 상장 이후에도 주가가 흐름을 낙관하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IPO 흥행과 상장 이후 주가를 모두 고려할 때, IPO 대어들이 올해는 시장 친화적인 몸값으로 공모를 진행하는 편이 낫다고 조언한다. 상장 이후 주가가 안정적인 상승 흐름을 보일 경우 유상증자 등이 방식으로 꾸준히 추가 자금을 조달하는 등 상장의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되기까지 공모주 투자심리의 향방에 대해 예단하기는 힘든 상황"이라며 "일시적으로 공모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인 만큼, 저렴한 몸값으로 IPO를 진행해 증시에 입성하는 전략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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