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채 투심 위축 '역력', 조달 고민 깊어지는 증권사
미래에셋證 수요예측에서 모든 만기 '오버 금리'…한투지주 연초 발행 철회
이 기사는 2024년 01월 10일 17시 3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여의도 증권가(사진=딜사이트)


[딜사이트 백승룡 기자] 새해 공모채 시장에서 증권사로는 첫 수요예측에 나선 미래에셋증권(신용등급 AA0)이 기대보다 부진한 성적표를 받으면서 조달을 앞둔 증권사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태영건설 사태로 증권사에 대한 유의미한 투심 위축이 감지되면서다. 일각에서는 이달 예정해 뒀던 자금조달 계획을 수정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의 모회사인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이달 회사채 발행을 검토했지만 발행 계획을 전면 철회하기로 했다. 당초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오는 17일 수요예측을 통해 총 1300억원 규모를 모집,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발행액을 최대 2000억원까지 증액하려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투자금융지주의 회사채 발행이 무산된 것은 전날 미래에셋증권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증권채에 대한 기관투자가들의 투심이 비우호적으로 나타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증권사 중에서 올해 가장 먼저 공모채 무대에 선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9일 3000억원 규모 수요예측을 진행해 6000억원의 매수주문을 받았다. 미래에셋증권은 최대 6000억원까지 증액 발행할 계획이었는데, 이를 가까스로 채운 것이었다.


특히 낙찰 금리 수준이 시장의 눈길을 끌었다. 미래에셋증권은 ▲2년물 500억원 ▲3년물 2200억원 ▲5년물 300억원 등으로 만기를 나눠 수요예측에 나섰는데, 모든 만기에서 개별민평금리보다 높은 수준에서 금리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민평금리 대비 2년물은 오버 15bp, 3년물은 오버 29bp에서 모집액을 채웠다. 5년물도 오버 18bp 수준에서야 완판됐다. 현재 미래에셋증권의 민평금리는 4% 안팎이지만, 이번 발행금리는 4.20~4.30% 수준으로 높게 정해지게 된 셈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당초 시장에서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서서히 연착륙하는 방식으로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는데, 지난해 말 태영건설의 갑작스러운 워크아웃 신청으로 건설업종이나 증권업종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졌다"며 "미래에셋증권도 시장의 우려를 온전히 씻어내지 못한 데다가, 이번 모집금액도 비교적 커 부담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미래에셋증권의 수요예측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다 보니 한국투자금융지주도 자신감을 갖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투자금융지주 관계자는 "발행 여부를 검토만 하다가 안 하기로 한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발행 계획을 세우진 않았다"고 밝혔다.


현재 삼성증권과 KB증권이 이달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있다. 삼성증권은 오는 18일 2500억원 규모, KB증권은 24일 4000억원 규모로 각각 수요예측을 거쳐 이달 내 조달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증액 최대한도는 삼성증권이 5000억원, KB증권이 8000억원까지 열어 뒀다. NH투자증권도 연초 공모채 발행 계획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이들 증권사도 시장의 비우호적인 투심은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연초부터 자금조달에 나서는 것은 여유자금 확보의 목적이 아니라 차환 일정이나 자본 비율을 맞추기 위한 성격"이라며 "즉 이 시기에 맞춰 어떻게든 조달을 해야하는데 기관투자가들이 증권사들에게 요구하는 가산금리가 지속 높아질 수 있어 고민스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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