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 영면
"약 다운 약을 우리 손으로"
'제약보국' 앞장서며 '영속기업 JW' 기반 다져
1966년 경영위기를 수습해야 하는 중임을 맡고 취임한 이종호 당시 기획실장(사진 중앙). (제공=JW그룹)


[딜사이트 민승기 기자] 이종호 명예회장은 1945년 광복둥이 기업으로 탄생한 JW중외제약에서 필수의약품부터 혁신신약까지 '약 다운 약'을 만들어 국민 건강을 지키는 '제약보국'(製藥保國) 실현에 앞장섰다. 그는 '생명존중'과 '도전정신'의 경영이념 아래, 대한민국 제약 산업의 발전과 보건의료 기반 향상에 평생을 바쳤다.


1966년 회사의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한 이종호 명예회장은 1969년 국내 최초이자 세계에서 두 번째로 합성 항생제 '리지노마이신' 개발에 성공하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리지노마이신은 국내에서 선풍적인 반응을 이끌었으며, 경영위기로 어렵던 회사의 기틀을 다지는 역할을 했다.


리지노마이신은 1973년 12월 영국 약전(B.P)에도 수록돼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으며, 1969년 5월19일 발명의 날에 국무총리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항생제 합성 분야에서 큰 성공을 이룬 이 명예회장은 1974년, 당시 페니실린 항생제 분야 최신 유도체로 평가받던 피밤피실린의 합성에도 성공, '피바록신'을 개발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1979년11월. 이종호 사장은 미국 머크(MERCK)社와 기술제휴를 맺으며 세계적으로 우수한 의약품을 도입하는 계기를 마련했다.(제공=JW그룹)

1960년대 후반부터는 해외 선진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국내 제약 산업의 수준을 끌어올렸다. 머크, 애보트 등 유럽 및 미국 주요 제약사들과의 기술제휴를 통해 국내 시장에서 기술적 입지를 굳혀나갔으며, 이들과의 협업을 통해 전문 치료의약품 중심의 사업을 확대했다. 이는 1970년대부터 이어진 고도성장의 기반이 됐다.


나아가 1970년대 초반에는 기초원료 합성과 생산을 위한 연구에 집중, 국내 최초 소화성궤양 치료제 '아루사루민', 진통·해열제 '맥시펜', 빈혈치료제 '훼럼', 종합비타민 '원어데이'등 신제품들을 시장에 선보이며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나갔다.


회사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수액 산업 분야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이 명예회장은 1970년대에 수액 한 병 납품할 때마다 원가가 안 나와 팔수록 손해인 수액사업에 대해 사업을 이어갈지 고민을 했다. 하지만 그는 병원 불빛을 보며 "지금 이 순간에 저기서 꺼져가는 생명이 있는데 싶은 마음이 들면서 돈이 안 돼서 그만둔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생명존중의 창업정신을 이어갔다.


JW그룹은 1997년에 국내 최초로 환경호르몬이 검출되지 않는 Non-PVC 수액백 개발에 성공, 친환경 수액백 시대를 열었으며, 2006년에는 1600억원을 투자해 충남 당진에 세계 최대 규모의 수액제 공장을 신설, 글로벌 생산 기지를 구축했다. 당시 이 명예회장은 "내가 충남 당진에 1600억원 들여서 한 개에 1000원 정도 하는 수액 생산 공장 짓는다니깐 '우리 시대의 마지막 바보'라고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1975년 당시 중외제약의 사장으로 취임한 이 명예회장이 무엇보다도 강조한 것은 '신약개발'이었다. 이 명예회장은 R&D 역량을 키우기 위해 국내에 신약이라는 개념조차 희미했던 1983년 중앙연구소를 설립했으며, 1986년에는 신약개발 연구조합 초대 이사장에 추대돼 업계 공동 연구개발을 통한 기술 향상과 글로벌 진출 기반 구축 등 국내 제약업계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


1992년에는 오늘날 오픈 이노베이션의 시초라 할 수 있는 국내 최초의 합작 바이오벤처인 C&C신약연구소(현 JW중외제약 지분 100%)를 일본 주가이제약과 50:50 지분 투자를 통해 설립했다.


이 명예회장은 "아직은 안 피었지만, 꽃밭은 내가 만들었잖아요. 그러면 된 거죠. 직원들 앞에서 내가 말한 적이 있어. 내가 죽기 전에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신약 개발을 하게 된다면 얼마나 행복하겠느냐, 하지만 안 된다고 하더라도 그걸 개발할 수 있는 길이라도 닦아놓으면 나는 만족한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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