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전자 긴급진단
삼성디플·LGD 업황 2025년에나 반등
스마트폰 OLED가 업계 수익성 견인···"올레도스 등 차세대 기술 발굴해야"
이 기사는 2023년 08월 22일 16시 5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전기전자 업계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글로벌 경제 위기와 이로 인한 IT수요 위축, 반도체 재고 폭증 등으로 인해 커다란 위기를 겪었다. 전자업계 맏형인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14년 만에 최악의 실적을 내면서 자존심을 구겼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부문에서 상반기에만 15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하면서 역대급 손실을 기록했다. 세계 1위 DNA라고 자부했던 대한민국의 D램은 적자에 허덕였고, TV·가전 부문에서도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고 있다. 휴대폰 시장 역시 성장이 정체되면서 새로운 먹거리가 절실한 상황이다. 현재 전기전자 업계가 처한 현실과 향후 개선돼야할 문제점이 무엇인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모았다. 딜사이트에서 해외신용평가사, 국내 증권사, 시장조사업체 등 15여개의 업체들을 통해 긴급 진단을 진행해 본다. 


박진한 옴디아 이사가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디스플레이 비즈니스포럼 2023'에 참석해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한보라 기자)

[딜사이트 한보라 기자] 디스플레이 업계가 완전히 반등하려면 2025년은 돼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고물가, 고금리 등 글로벌 불황이 길어지면서 '올해 하반기부터 업황이 반등한다'는 기존 전망이 뒤집혔다.


올해 디스플레이 시장 상황은 지난해 전망보다는 나았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프리미엄 스마트폰용 OLED 패널 외에는 수익성, 성장성이 감지되지 않는 상황이다. 


박진한 옴디아 이사는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디스플레이 비즈니스포럼 2023'에서 "하반기 패널 가격이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이라는 시각을 보수적으로 바꿔야 한다"며 "패널 제조사에게 유리한 시장 환경은 내후년에 돌아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 프리미엄 스마트폰용 OLED 시장만 승승장구

옴디아에 따르면 전체 글로벌 디스플레이 제조 공장 가동률은 올해 1월 59%에서 9월 72%까지 상승했다. 공장 가동률을 끌어올린 건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Flexible OLED) 패널과 TV용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이다. 이들 패널 제조 공장 가동률은 80%를 넘어섰다.


중소형 OLED 패널은 봉지 공정, 기판 종류에 따라 크게 리지드(Rigid)와 플렉시블 패널로 나뉜다. 유리 기판이 들어가는 리지드 패널은 스마트폰, IT기기에 들어간다. 플렉시블 패널은 갤럭시S 시리즈 등 하이엔드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고가 패널이다. 폴리이미드(PI) 기판이 들어가 얇고 잘 휘어진다. 


하이엔드 스마트폰은 극도로 부진했던 TV 시장과 다르게 수요가 견조했다. 글로벌 디스플레이 제조사 중에서 삼성디스플레이만 우수한 수익률을 유지한 이유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소형 OLED 패널 시장에서 절대적인 기술 우위를 보유하고 있다. 


옴디아에 따르면 전체 글로벌 디스플레이 제조 공장 가동률은 올해 1월 59%에서 9월 72%까지 상승했다. (출처=옴디아)

LCD 패널 가동률은 중국 세트업체가 주도했다. 중국 세트업체는 글로벌 TV 시장 2위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중국 세트업체에서 비용 절감을 위해 LCD 패널을 대량 구매하면서 중국 LCD 패널 공장 가동률도 급격히 상승했다. 


하지만 국내 업체인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는 LCD 패널 사업을 사실상 정리했다. 


박 이사는 "옴디아는 현재 '패널 판가가 바닥을 찍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로 상반기 패널 제조사들이 역대급으로 낮은 가동률을 유지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며 "시장 반등은 일러야 내년인 만큼 극도로 재고를 줄여 판가 인상이라도 도모하자는 전략을 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리지드 OLED 패널과 TV용 대형 OLED 패널 공장 가동률은 여전히 50% 안팎에 머물렀다. 한참 코로나19가 유행했던 2021~2022년 노트북 등 IT기기가 대량 교체됐던 영향이다. 시장에서 보는 노트북 교체 주기는 3~4년이다. 매크로(거시경제), 지정학적 이슈로 프리미엄 TV 수요가 높은 북미, 유럽 등지 매출 성장도 한계가 있었다. 전방 상황부터 대형 OLED 패널이 살아나기 쉽지 않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업황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LG디스플레이 W-OLED 패널 가동률은 50% 미만을 유지하고 있다"며 "삼성디스플레이 QD-OLED 공장도 지난달 15일 가동을 멈추고 쉬었을 정도로 대형 OLED 패널 수요는 극도로 부진하다"고 설명했다. 


◆ 올레도스·레도스 등 차세대 기술력 필요해

박 이사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올해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은 유례없는 역성장 시기를 보내고 있다. 과거에도 면적 대수 기준으로 역성장했던 시기는 많았다. 그러나 올해처럼 면적 기준으로 역성장하는 시기는 처음이다. 


박 이사는 "기존 디스플레이와 차별화된 기술로 방향 전환을 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된다"며 "시황이 정상적으로 돌아오면 면적 수요 기준으로 연평균 3~4% 성장률을 보여줄 수 있는 곳이 디스플레이 시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앞으로는 시장 내 기술 경쟁이 계속 격화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삼성디스플레이 플렉스 슬라이더블 제품. (출처=삼성디스플레이)

현재 디스플레이 제조사들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소형 OLED 패널은 길게 봐도 스마트폰 채용량이 50%를 넘어서지 못할 전망이다. 접는 패널인 '폴더블' OLED는 스마트폰 채용량은 늘고 있지만 노트북, 태블릿 등 IT기기 시장에서는 아직 고전하고 있다. 이에 최근 업계는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등 차세대 먹거리 발굴에 힘쓰고 있다. 중국 디스플레이 제조사조차 주된 먹거리인 LCD 패널 투자를 점차 줄이고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투자를 늘릴 정도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로 LED는 OLED보다 밝고 세밀한 표현이 가능하기 때문에 상용화만 가능하다면 궁극적으로는 가장 좋은 패널이 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기술적인 문제를 고려했을 때 아직까지는 'OLED의 다음 세대도 OLED(마이크로 OLED)'라는 게 업계 정설"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로 디스플레이의 정점은 '마이크로 무기발광다이오드(LEDoS, 레도스)'가 꼽힌다. 마이크로 LED는 실리콘 웨이퍼 기판 위에 삼원색(RGB) LED 칩을 조립해 만드는 패널이다. 머리카락 두께보다 얇은 LED 칩을 정교하게 조립해야 하기 때문에 수율이 낮고 가격이 높다. 현재 기술력으로는 상용화에 무리가 있다. 


마이크로 디스플레이의 종류. (출처=삼성디스플레이)

이에 단기적으로는 4~5세대 OLED 패널로 불리는 '마이크로 OLED(OLEDoS, 올레도스)'가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졌다. 시중에 판매되는 마이크로 OLED 패널은 흰색 필터를 통과해 색을 내는 W-OLED 방식으로 제조된다. 현재 제조사들의 목표는 흰색 필터 없이도 이미지 표현이 가능한 기술 개발을 통해 패널의 휘도, 밝기 등을 높이겠다는 것. 


마이크로 LED의 상용화 여부는 애플이 키를 쥐고 있다. 박 이사는 "2025년쯤에는 애플이 스마트워치에 마이크로 LED를 채용하지 않을까 싶다"며 "아직 가격(코스트)와 양산성에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마이크로 LED가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오토모티브 분야에서도 마이크로 LED 채용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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