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 중간점검
장밋빛 전망 반하는 백화점 체감온도
①매출 선봉장이던 명품 끝물?...전문점 리뉴얼로 승부수
이 기사는 2023년 06월 20일 15시 2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공=백화점 각 사)


[] 증권가에선 올해도 국내 백화점 업계가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엔데믹 전환과 함께 외국인 관광객들이 빠르게 늘고 있단 이유에서다. 하지만 백화점 일선에서 경기둔화에 따른 체감경기가 좋지 않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고금리·고물가로 인한 소비 위축과 해외여행 재개 등 여러 변수가 맞물리며 매출 신장의 선봉장이던 명품 판매가 크게 위축돼서다. 이에 국내 백화점들은 하반기 대규모 투자를 통한 점포 리뉴얼 등의 승부수를 띄워 돌파구를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2023년 하반기 유통 전망' 보고서를 통해 국내 주요 백화점 3사(롯데백화점·신세계백화점·현대백화점)의 올해 매출이 동반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의 경우 올해 순매출액은 3조3540억원(해외매출 포함)으로 전년 대비 3.9%, 신세계백화점은 2조5912억원으로 4.2%, 현대백화점은 2조4476억원(면세점·지누스 제외)으로 6.8% 각각 증가할 것으로 관측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롯데백화점은 15.4% 늘어난 5710억원, 현대백화점은 4.7% 늘어난 3983억원을 각각 달성할 것으로 추정했다. 상대적으로 명품 비중이 높은 신세계백화점만이 전년 대비 3.9% 줄어든 4822억원의 영업이익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올해 국내 백화점 성장률은 2분기를 저점으로 하반기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며 "외국인 매출 비중 확대가 실적 개선을 이끌 것"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그는 구매력이 큰 중국인 관광객이 올해 4월 코로나19 팬데믹 직전 해인 2019년 대비 24% 안팎까지 회복된 만큼 이들의 기여도가 커질 것 분석했다.


(출처=한화투자증권, 금융감독원)

하지만 정작 업계에선 체감경기가 최악이란 반응이 나오고 있다. 특히 명품 소비가 크게 줄어든 부분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실제 코로나19 직전 10%대의 매출 성장을 보였던 해외유명브랜드 매출 증가율은 2021년 38%, 2022년 21%를 각각 기록하며 급성장했다. 이는 수년간 온라인 유통과의 경쟁에서 밀리던 백화점 입장에서 가뭄의 단비와 같은 시기였다. 


문제는 최근 호주와 캐나다가 깜짝 금리 인상에 나서고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향후 긴축기조를 시사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추가적인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자 국내 소비심리도 덩달아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결국 일부 VIP고객들을 제외한 일반고객의 명품소비 감소로 직결되고 있다. 


여기에 최근 해외여행이 활성화되면서 명품에 몰렸던 수요도 분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역기저 효과'에 대한 우려가 크다. 실제 작년 1분기 명품 매출성장률이 30%에 달했던 신세계백화점의 올해 1분기 성장률은 7%로 뚝 떨어졌다. 현대백화점도 전년 1분기 30%대 수준이었던 명품 매출신장세가 올해 1분기 9%대까지 꺾였다.


매출 성장이 제한적인 가운데 전기요금을 비롯한 유틸리티 비용의 증가는 백화점업계에 또 다른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작년 산업용 전기요금을 3차례 인상했고 올해 1분기에도 1kWH당 전기요금을 13.1원 인상했다. 대규모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사업자들은 이에 따른 부담이 심화될 수 밖에 없다.


시장 한 관계자는 "고금리·고물가 기조가 확산되면 당분간 소비절벽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며 "대표적인 소비채널인 백화점 입장에서 소비 위축에 더해 전기요금 등 비용 확대까지 겹치면서 올해 매출과 수익을 지켜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새 판짜기 돌입…'점포 리뉴얼'로 돌파구


백화점 3사는 서둘러 대비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명품에 의존하는 방식에 따른 성장의 한계를 인식하고 새로운 판 짜기에 돌입한 것이다. 대표적으로 점포 리뉴얼이 꼽힌다. 롯데백화점은 해외브랜드와 인기 F&B 매장 유치를 강화하고 신세계는 명품·프리미엄 전문관, 현대백화점은 MZ소비자층 겨냥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시장에 따르면 백화점 3사(롯데·신세계·현대)가 올해 점포 리뉴얼 등을 위해 계획한 총 투자액은 1조2357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9302억원보다 32.8%나 늘어난 규모다. 세부적으로 보면 롯데백화점은 3889억원, 신세계백화점은 5868억원, 현대백화점은 2600억원 규모의 투자를 각각 예정하고 있다. 


먼저 롯데백화점은 확보된 재원을 바탕으로 올해 8월부터 수원점 리뉴얼에 들어간다. 인근에 삼성과 기아 등 대기업 연구단지들이 들어서면서 구매력 있는 소비자층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상권 겨냥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본점도 리모델링 공사로 프리미엄브랜드 점포 매장을 이전보다 확대했다. 본점은 2021년부터 리모델링해 남성해외패션관과 여성해외패션관 등을 해외 명품 브랜드 매장만 모인 특화 공간으로 꾸몄다. 나아가 국내 백화점 중에 가장 많은 화장품 브랜드가 입점한 뷰티관을 구성해 여성 소비자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명품과 프리미엄에 주안점을 두고 리뉴얼에 나선다. 현재 본점은 에르메스매장을 복층 형태로 꾸미고 있다. 또한 올해 7월 중 강남점 영패션전문관을 새단장하고, SSG닷컴 신세계백화점몰 신백선물관을 확대하는 등 온·오프라인에 걸쳐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구상이다.


현대백화점 역시 대규모 재원을 투입해 압구정본점‧판교점 등 핵심점포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리뉴얼 작업에 돌입했다. 압구정본점의 경우 올해 10월까지 지하 1층 식품관을 프리미엄 다이닝 공간 콘셉트로 전면 재단장한다. 판교점도 9개월 간의 리뉴얼 공사를 마치고 올해 3월 해외 컨템포러리 브랜드 전문관인 해외패션관을 새롭게 개장했다. 해외패션관에서는 최근 MZ세대에게 주목받고 있는 신명품 브랜드를 대거 선보이며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현대백화점만의 또 하나의 호재는 대전점 재개장이다. 지난해 9월 화재로 영업을 잠정 중단했던 대전점은 이달 12일 다시 문을 열었다. 현대백화점은 대전점의 영업 중단으로 그 동안 분기당 약 100~150억원 안팎의 손실이 불가피했다. 이번 재개장으로 3분기부터는 매출과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올해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특히 백화점 성장의 선봉장이었던 명품 매출 둔화로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각 사마다 특화된 점포 차별화 전략을 가속화하고, 명품 성장에 가려졌던 내실강화 전략들이 올해 더욱 두드러지며 실적을 방어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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