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3분기 연속 적자 전망
매분기 2조원대 금융비용 지출, 정유·배터리 실적 부진까지 겹쳐
이 기사는 2023년 07월 11일 06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이노베이션 실적 추이 및 전망. (자료=금융감독원, 증권사 컨센서스)


[딜사이트 박휴선 기자] SK이노베이션이 올해 2분기에도 순손실을 내며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4분기에 이어 3개 분기째다. 업계에서는 정유 사업과 배터리 사업이 SK이노베이션의 발목을 잡고 있는 데다가 2조원이 넘는 금융비용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다행히 에스케이온(SK온)이 맡고 있는 배터리 사업은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효과 등이 반영돼 2분기부터 적자 폭이 축소될 예정이다.


10일 딜사이트가 최근 1개월 내 보고서를 낸 5개 증권사(하나증권, 키움증권, IBK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의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를 집계한 결과 오는 2분기 SK이노베이션은 1090억원 규모의 순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8조5180억원, 1510억원으로 추정됐다.


SK이노베이션은 7년째 적자가 계속되며 현금창출을 하지 못하고 있는 배터리 사업에 이어 지난해 4분기 정유 사업의 수익성마저 꺾이며 실적이 휘청이기 시작했다.


배터리 사업은 2017년 2321억원의 적자에 이어 2018년에도 3175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후 2019년 3091억원, 2020년 4264억원, 2021년 6880억원, 2022년 1조726억원의 적자로 손실 폭을 키웠다. 올해 1분기에도 345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오는 2분기에는 AMPC 반영 등의 효과로 적자 폭이 650억원 규모로 축소될 것으로 전망됐다. 일각에서는 배터리 부문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이르면 이번 분기부터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던 정유 사업은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오는 2분기에도 영업적자를 냈다. 지난해 4분기 6610억원의 영업적자를 낸 뒤, 올해 1분기 274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흑자로 돌아서는 듯 했으나 오는 2분기 다시 2710억원의 영업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1분기 1조5060억원, 2분기 2조2290억원, 3분기 316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와 함께 SK이노베이션의 전체 실적도 하락했다. 지난해 3분기 22조원의 매출을 올리던 SK이노베이션은 4분기 19조원의 매출과 7650억원의 영업적자, 4810억원의 순손실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올해 1분기 영업적자는 해소됐지만 순손실이 이어졌다. 


순손실이 지속된 배경은 정유사업과 배터리사업의 부진으로 영업이익이 줄어들었음에도 2조원이 넘는 금융비용을 계속 투입했기 때문이다. 전체 금융비용은 전분기와 비슷하지만 파생상품평가손실 등에 투입하는 비용은 줄고 이자비용과 외환차손 등이 크게 늘었다.


SK이노베이션 금융비용 추이. (자료=금융감독원)

올해 1분기 기준 SK이노베이션의 이자비용은 2456억원으로 전분기 966억원 대비 154%(1490억원) 증가했다. 회사의 차입금이 늘어난 것이 원인이다. 지난해 4분기 27조1682억원에서 올해 1분기 29조5060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원화부채는 9조5870억원에서 10조6870억원으로 1조1000억원 늘었다. 


늘어난 차입금은 원화사채 발행을 늘렸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는 올해 1분기에만 8건의 원화사채를 발행했다. ▲에스케이지오센트릭 20-1회 700억원(이자율 연 4.2%) ▲에스케이지오센트릭 20-2회 1900억원(연 4.3%) ▲에스케이지오센트릭 20-3회 400억원(연 4.3%) ▲SK인천석유화학 24-1회 1550억원(연 4.6%) ▲SK인천석유화학 24-2회 1450억원(연 4.8%) ▲SK에너지 50-1회 600억원(연 4.3%) ▲SK에너지 50-2회 2300억원(연 4.4%) ▲SK에너지 50-3회 2100억원(연 4.5%) 등이다. 연 1~2%대에 머무르던 원화사채 이자율은 작년 말을 기점으로 올해 1분기 연 4% 후반까지 치솟았다.


1분기 외환차손도 8964억원으로 전분기 3042억원 대비 194%(5922억원) 늘었다. 반면 파생상품금융거래손실과 파생상품평가손실은 줄어들었다. 지난 1분기 파생상품금융거래손실은 3677억원으로 전분기 9964억원 대비 63%(6286억원) 감소했다. 파생상품평가손실도 전분기 4858억원에서 올해 1분기 1254억원으로 74%(3603억원) 줄었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2분기 SK이노베이션의 매출액은 19조원, 영업이익은 102억원, 당기순손실은 1708억원으로 부진한 실적을 전망한다"며 "국제유가 변동성 확대로 정유 사업의 재고 손익과 마진이 급락하며 영업손실이 확대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황 연구원은 "실적 부진의 원인인 유가와 정제마진 모두 하반기에는 반등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동욱 IBK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평가손실 확대 등에 기인해 오는 2분기 SK이노베이션의 정유사업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배터리사업의 경우 문제가 됐던 헝가리 2공장과 미국 1공장 및 2공장 등의 수율이 전분기 대비 개선되고 있고 이연됐던 AMPC 효과가 올해 2분기부터 실적에 추가될 예정이며, 메탈 가격 하락으로 인한 양극재 등 주요 원재료 가격 하락으로 2분기 적자 폭이 전분기 대비 크게 줄어들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23일 1조18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하며 향후 사업 방향을 밝혔다. 회사는 카본 투 그린(Carbon to Green) 혁신 과정의 일환으로 그린(Green)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시설투자 4185억원(36%) ▲타법인 증권 취득 4092억원(35%) ▲채무상환 3500억원(30%) 등에 사용한다.


SK이노베이션은 유증 발표 직후 회사가 벌어들인 돈이 아닌 타인 자본으로 채무 상환을 하는 것에 대해 투자자들 사이에서 부정적인 여론이 퍼지자 주주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SK온과 SK이노베이션 간의 주식교환권 부여 ▲구주 매출을 통한 특별 배당 ▲자사주 소각 등을 검토 중이며, 충분한 검토 후 발표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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