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Q, 11번가 투자 '5000억' 회수 길 열린다
큐텐, 전액 현금으로 11번가 인수 계획...3호 펀드 청산 눈앞
이 기사는 2023년 10월 18일 10시 2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1번가_CI(제공=11번가)


[딜사이트 김진배 기자]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H&Q코리아가 2018년 11번가에 투자한 5000억원을 전액 회수할 수 있을 전망이다. 싱가포르 소재 이커머스 기업 큐텐이 11번가를 인수하기 위해 대규모 자금을 준비 중이다. 11번가 최대주주(80.27%)인 SK스퀘어가 이 자금으로 PEF에서 조달한 투자금을 상환하기로 하면서 H&Q코리아의 펀드 청산에도 파란불이 켜졌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SK스퀘어는 11번가 매각을 위해 큐텐과 논의를 진행 중이다. 지난 7월 진행한 SK쉴더스 매각처럼 큐텐이 11번가의 최대주주로 올라서고 SK스퀘어가 2대주주로 남아 경영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거래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큐텐은 이번 거래로 약 50% 수준의 지분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방식으로는 11번가가 발행하는 5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큐텐이 인수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큐텐은 그간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 지분으로 교환 가능한 사채(EB)를 발행해 인수대금을 지불하는 전략을 취해왔다. 하지만 11번가에는 이례적으로 인수금 전액을 전부 현금 투입하기로 했다. 여기 필요한 자금은 국내 PEF를 통해 조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큐텐이 인수금을 전액 현금으로 제시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11번가가 투자금을 상환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11번가는 지난 2018년 H&Q코리아로부터 5000억원을 투자받았다. 당시 투자 조건으로 '5년 내 상장'을 약속했는데, 최근 시장 상황이 기업공개(IPO)에 우호적이지 않고 회사의 경영실적이 악화되며 상장에 나서지 못했다. 약속한 기한이 지나자 H&Q코리아는 투자금을 돌려줄 것을 요청했다.


단기간에 대규모 현금을 마련할 길이 없었던 SK스퀘어는 11번가를 매각하는 방식을 택했다. 11번가가 매물로 나오자 복수의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들이 눈독을 들였는데, 외연 확장이 필요했던 큐텐은 SK스퀘어가 제시한 조건을 맞출 수밖에 없었다. 현금 대신 EB를 제시할 수 없었던 이유다.


SK스퀘어는 투자금 상환을 위한 현금을 확보하는데 성공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급락한 11번가의 기업가치도 받아들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H&Q코리아로부터 투자 받을 당시 2조7000억원으로 평가 받았던 밸류에이션은 최근 1조원까지 급락했다. 5000억원에 지분 약 50% 수준이 거론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두 회사가 투자금에 대한 합의를 어느 정도 마치면서 H&Q코리아는 손실 없이 투자금을 전액 돌려받을 전망이다. 계약 조건에 따라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회사 사정을 고려하면 원금을 회수하는 것 만으로도 성공적인 투자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SK스퀘어가 큐텐과의 11번가 매각 합의가 가까워짐에 따라 기존 투자자인 H&Q코리아의 엑시트도 순조롭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만기가 다가온 H&Q코리아의 3호 펀드 청산작업도 원활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종목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