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롯데글로벌로지스가 통합법인 출범 당시 급격히 줄어든 내부거래 물량을 어느 정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거래 관계에 있던 롯데그룹 식음료·유통·석유화학 계열 간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한 결과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2019년 3월 롯데로지스틱스를 합병할 당시 롯데로지스틱스의 주력사업이었던 상품판매 사업을 종료키로 했다. 이 사업은 롯데로지스틱스가 코리아세븐이 운영하는 세븐일레븐과 바이더웨이 등 롯데계열 편의점에 제품을 공급하는 용역이었다.
상품판매 사업을 접은 배경은 내부거래 이슈 대응을 위해서였다. 롯데로지스틱스는 합병 직전인 2018년 총 매출(2조5534억원) 가운데 91.5%(2조3374억원)를 코리아세븐, 바이더웨이 등 롯데 편의점사를 통해 올렸다. 해당 거래는 재계로부터 비정상 매출 아니냐는 시선을 받아 왔다.
GS리테일, BGF리테일 등 타 편의점 본부가 직접 판매물건을 매입하는 것과 달리 롯데만 거래 중간에 물류사를 끼워 넣었던 까닭이다. 아울러 당시 롯데로지스틱스의 최대주주가 일본법인인 L투자회사(45.34%)임을 고려하면 국내서 내부거래로 올린 수익의 일부가 일본으로 유출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통합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이러한 일감을 해소하면서 내부거래에 따른 사익편취 논란을 잠재웠다. 수치만 봐도 2016년 롯데글로벌로지스와 롯데로지스틱스의 내부거래 합산비중은 71.6%인 반면 통합법인 출범 첫해는 39.5%로 32.1%포인트나 하락했다. 이러한 내부거래 비중은 2020년부터 작년까지 40.4%에서 37.7%%를 기록하는 등 첫해와 큰 차이가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만 롯데글로벌로지스의 내부거래 일감 자체는 지속 증가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통합법인 출범 직후 7534억원 수준이었던 내부거래액은 지난해 처음으로 1조원(1조6500억원) 돌파, 4년 새 41.4% 급증했다. 같은 기간 회사의 국내 총 매출이 45.8%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외부택배물량 등 3PL(3자 물류) 매출 확대 노력과 함께 계열사향 거래를 늘린 게 주요했던 셈이다.
내부거래 증대 요인은 그룹 주력인 식품·유통·석화계열사들의 일감이 골고루 늘어난 결과였다. 특히 석유화학 제품의 해외운송 계약을 체결 중인 롯데케미칼향 물량이 2019년 209억원에서 지난해 1168억원으로 459.1% 급증한 영향이 컸다.
식품 및 유통계열 일감 역시 꾸준히 증대됐다. 먼저 롯데제과와 롯데웰푸드(롯데제과+롯데푸드)향 매출은 2019년 2575억원에서 지난해 3219억원으로 25% 증가했다. 롯데칠성이 2020년대 들어 해마다 사상최대 매출을 기록하는 등 물류용역 수요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코리아세븐과의 거래의 경우 상품공급계약이 사라진 이후로도 4년간 거래액은 43.5% 뛰어 눈길을 끌고 있다. 코리아세븐의 출점경쟁 덕분에 기존에도 있던 물류거래 규모가 확대된 덕을 봤다. 이밖에 또 다른 유통사인 롯데쇼핑 간 물류거래액도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및 롯데슈퍼부문의 물동량 증대에 따라 19.7% 늘었다.
이처럼 계열 일감이 확대되다 보니 롯데글로벌로지스가 또 다시 내부거래 논란을 빚지 않겠냐는 반응도 재계서 나오고 있다. 신동빈 그룹 회장이 지배 중인 롯데지주가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최대주주(46.04%)로 있는 만큼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사익편취 가능성이 제기될 수 있어서다. 아울러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지난해 결손금을 모두 털어낸 터라 올해부턴 벌어들인 순이익을 롯데지주 등에게 배당 등으로 나눌 체력을 갖춰놓기도 했다.
다만 일각에선 롯데글로벌로지스와 롯데 계열사 간 거래에 큰 문제는 없단 반응도 나오고 있다. 외부 신규 수주 강화로 내부거래 대비 총 매출 증가율이 더 크고 롯데케미칼과 롯데쇼핑 등의 일감은 각각 경쟁입찰, 제한경쟁입찰 등으로 공정하게 따냈단 점에서다.
이에 대해 롯데글로벌로지스 관계자는 "사업연도마다 외부 회계법인에 관련 실태를 보고하고 있으며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도 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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