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최태원, '슈퍼乙' 네덜란드 ASML 방문
차세대 극자외선(EUV) 장비 확보에 총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 ASML 본사를 둘러보고 있다.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은 피터 베닝크 CEO와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삼성전자 제공) 2022.6.15/뉴스1


[딜사이트 김민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반도체 업계 '슈퍼을(乙)'로 불리는 장비 기업 ASML을 방문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 중인 두 회장은 2025년 도입이 본격화할 차세대 극자외선(EUV) 장비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윤 대통령 일행은 오는 12일(현지시간) 오후 네덜란드 남동부 벨트호벤에 있는 ASML 본사에서 피터 베닝크 최고경영자(CEO)와 면담하고, 클린룸을 둘러본다.


ASML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생산하는 세계 유일한 기업이다. 반도체 제조과정엔 웨이퍼에 회로를 그리는 '노광 공정'이 있는데, 초미세 반도체 생산비용의 35%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패턴이 미세화할수록 생산 효율과 성능이 높아져 핵심 기술로 분류되며 심자외선(DUV)과 EUV 방식이 주로 쓰인다.


EUV는 첨단 반도체의 상징 기술이다. 7나노미터(㎚·10억 분의 1m) 이하 선폭을 가진 반도체 제조엔 EUV 장비가 필수적이다. 대당 2000억원이 넘는데 출하 가능한 장비 수가 연 40~50대 수준이라 품귀 현상을 빚기도 한다. 이에 업계에서 ASML은 '슈퍼을(乙)'로 불린다.


이번에 ASML이 클린룸을 공개하는 것은 특별하다. 클린룸은 예민한 미세공정을 다뤄야 해 '먼지 한톨'도 허용되지 않는 청정공간이자, 출입통제구역이기 때문이다. ASML이 '심장을 열어 보이는 것'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ASML이 장비를 만드는 공간인 클린룸을 외국 정상에게 공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ASML의 우리나라 투자 확대를 비롯해 반도체 기업들과의 노광장비 거래 규모 확대 논의가 오갈 가능성도 나온다.


이재용 회장과 최태원 회장에게도 이번 ASML 방문에게는 좋은 기회다. 그동안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세계 1위인 대만 TSMC가 ASML 장비를 쓸어가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파운드리에 재도전하는 인텔도 ASML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TSMC와 2나노 미세공정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는 그에 적합한 최첨단 EUV 장비를 구하기 위해 ASML과 협력 강화가 필수적이다.


이 회장은 2020년 10월, 지난해 6월에 이어 이번에 다시 ASML을 찾았다. ASML과 삼성전자의 관계도 끈끈하다. 삼성전자는 2012년 ASML의 지분 3%를 7000억원에 매입한 뒤, 일부를 매각해 현재 0.4%(158만407주)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ASML도 경기 화성시 동탄2신도시에 노광장비 유지·보수를 위해 '화성 ASML 뉴 캠퍼스'를 짓기로 하고 지난해 11월 착공식을 갖는 등 국내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ASML의 EUV와 2㎚ 이하 공정에 쓰일 차세대 EUV 장비인 '하이 뉴메리컬어퍼처(NA)'가 필요하다. SK하이닉스는 2021년 EUV 장비를 적용해 10나노급 4세대(1a) D램을 처음 양산했다. 첨단 파운드리 사업을 하지 않아 지금 당장 하이 NA 도입 과제가 시급하진 않지만 초미세 공정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하이 NA 도입까지 검토해야 한다. 반도체 업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TSMC, 미국 인텔 등이 EUV에 이어 하이 NA를 공급 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태원 회장도 반도체 사업 강화를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프랑스에서 열린 2030년 엑스포 개최지 선정 투표 이후 일본(도쿄포럼)→미국(트랜스퍼시픽다이얼로그)→독일을 거쳐 네덜란드로 '마라톤 출장'을 이어갔다.


지난 8~9일 실리콘밸리 새너제이에 있는 SK하이닉스 미주법인을 찾아 고대역폭 메모리(HBM) 사업 현황을 점검했고, 11일엔 독일에서 팀 회트게스 도이치텔레콤 회장과 면담했다. SK하이닉스 측은 "반도체·AI·미래에너지 등 그룹 신성장 사업을 직접 챙기고 '글로벌 스토리'를 가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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