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전자 긴급진단
국내 의존도 높은 LG전자, 가전 역성장 '치명적'
OLED TV 성장 위해서는 패널 및 TV 가격 하락해야
이 기사는 2023년 09월 01일 16시 3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는 31일 오전 11시(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IFA) 개막 전 독일 메세 베를린(Messe Berlin)에서 삼성 프레스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사진=베를린 | 한보라 기자)


올해 전기전자 업계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글로벌 경제 위기와 이로 인한 IT수요 위축, 반도체 재고 폭증 등으로 인해 커다란 위기를 겪었다. 전자업계 맏형인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14년 만에 최악 실적을 기록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부문에서 상반기에만 15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내며 역대급 손실을 기록했다. 세계 1위 DNA라고 자부했던 대한민국의 D램은 적자에 허덕였고, TV·가전 부문에서도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고 있다. 휴대폰 시장 역시 성장이 정체되면서 새로운 먹거리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딜사이트는 현재 전기전자 업계가 처한 현실과 향후 개선돼야할 문제점이 무엇인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모았다. 해외신용평가사, 국내 증권사, 시장조사업체 등 15여개의 업체들을 통해 긴급 진단을 진행해 본다. / 편집자주 


[딜사이트 김민기 기자] 올해 하반기 TV·가전 시장은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고금리, 고물가 국면이 이어지면서 예상보다 회복이 지연될 전망이다. 이에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TV, 가전 비중이 높은 LG전자가 하반기 실적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글로벌 프리미엄 TV 시장이 OLED 시장으로 재편되기 위해서는 OLED 패널 혹은 OLED TV 가격이 낮아져야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패널 협력은 OLED TV 시장 성장에 긍정적일 것이라는 평가다.  


1일 딜사이트가 국내 증권사 12개와 인터뷰를 통해 전기전자 업계 하반기 전망 및 진단을 실시한 결과 이 같은 예측이 나왔다.


◆ 가전 사업 위주 LG전자, 하반기 암울


올해 3분기가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TV시장을 비롯해 가전 시장이 하반기부터 조금씩 되살아날 것이란 신호가 보였다. 특히 TV용 액정화면(LCD) 판매 가격이 55인치 4K 패널 기준으로 올해 초 87달러에서 6월 기준 123달러까지 42% 오르면서 기대감을 더했다. 


하지만 3분기에 들어서자 기대보다는 수요가 크지 않아 하반기 회복세가 더딘 상태다. 패널 가격 인상 역시 중국 제조사들이 지난해 바닥을 찍고 점차 상승하고 있는 LCD 패널 가격 등을 고려해 패널 구매량을 급격히 늘린 영향으로 분석된다. TV시장은 삼성전자, LG전자 이외 나머지 경쟁사들이 주로 중국 업체다. TV 수요가 회복된 것이 아니라 중국 업체들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패널 가격이 오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박진한 옴디아 이사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LCD 시장에서 발을 빼면서 중국 업체들이 패널이 저렴할 때 미리 사놓은 후 나중에 많이 팔겠다고 판단했다"면서 "중국 업체들이 서로 2위 자리를 뺏기 위해 무리하게 패널을 사들이면서 가격이 올랐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전반적인 패널 시황 자체는 회복세가 더뎌지고 있다"면서 "저희 회사 패널 수요 전망치도 기존 전망 대비 조금 더 하향 조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가전시장은 더욱 암울하다. 글로벌 시장 정보 기업 GfK도 하반기 국내 가전 시장의 전망을 부정적으로 예측했다. GfK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가전 시장 성장률은 매출 금액 기준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14% 감소했다. 국내 가전시장은 지난해 3월 이후 올해 6월까지 16개월 연속 내림세다. 분기로는 2021년 4분기 이후 6개 분기 연속 역성장이다.


이는 국내 시장 의존도가 높은 LG전자에게 치명적이다. 지난해 말 기준 LG전자의 국내 시장 매출 비중은 39.88%에 달한다. 2000년대 이후 최고 수준이다. 2011년 17.12%였던 LG전자 국내 시장 의존도는 2012년 25.16%로 치솟은 후 꾸준히 상승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지난해보다 소폭 줄었지만 37.56%로 여전히 역대 최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규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북미와 유럽, 내수 등 LG전자의 주요 시장에서 가전과 TV 수요 약세가 지속하고 있다"며 "본격적인 회복은 내년 상반기 이후 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고가 TV의 수요 둔화 지속도 부정적인 요인"이라고 판단했다.


강지혜 GfK 유통서비스팀 연구원은 "현재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이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만큼 소비자들의 소비 위축은 쉽게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하반기 가전 시장 역시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프리미엄 TV, OLED 시장으로 재편될 듯


다만 TV시장은 프리미엄으로 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OLED 시장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옴디아도 2026년 OLED TV 출하량이 1054만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올해 출하량의 2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OLED 패널의 생산비용 축소가 진행됨에 따라 가격 경쟁력 갖추게 돼 점차 OLED 시장으로의 재편 진행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다만 OLED 시장으로 재편되기 위해서는 OLED TV 가격이 낮아져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프리미엄 TV 시장이 QD QLED, 미니 및 마이크로LED 등도 자리 잡고 있어 향후 OLED TV도 이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정환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아직 LCD 대비 OLED가 생산원가, 판매가격 측면에서 비싸기 때문에 단기간에 재편되기 어렵다"면서 "여전히 고가 TV에서만 채택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NH투자증권은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OLED 패널 보급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 "QD,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등 새로운 기술이 경쟁력을 갖출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전했다.


◆삼성-LG 패널 협력, 긍정적 평가


최근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을 사용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국내 기업들이 LCD 기술을 쓰지 않는 것만으로도 글로벌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입지가 탄탄해지는 역할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도 대형 패널 사업의 신규고객 확보에 따른 LCD, OLED 주문량 증가로 가동률이 점차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NH투자증권은 "삼성디스플레이의 대형 OLED 캐파(capa)로 삼성전자의 OLED TV를 커버하기는 힘들었다"면서 "납품 수량은 많지 않겠지만, 중국 패널을 쓰지 않고 한국 기업끼리 협업한 점이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한편 국내 가전 제조사들이 구독경제 등 플랫폼 사업으로 수익구조를 전환하는 것에 대해서는 결국 수익성으로 연결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하나증권은 "하드웨어에만 머물던 시장에 변화를 주는 것이기 때문에 유의미하다"면서도 "해당 비즈니스로 인해 수익성에 기여할 수 있을 가능성이 상존해 향후 지켜볼 필요는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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