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익산공장 매각 무산된 이유는
우선협상자 선정 업체, LG화학 출신 대표 영입
잠재적 경쟁자로 인식…매각 재추진할 듯
이 기사는 2023년 08월 28일 06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화학 청주 양극재 공장 전경. (제공=LG화학)


[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LG화학이 추진하던 전북 익산에 소재한 양극재 공장 매각이 최종 무산됐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업체가 LG화학 출신 임원을 영입했다는 것이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향후 이 회사가 익산 공장 인수를 발판 삼아 잠재적 경쟁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LG화학이 추후 다른 원매자를 물색해 매각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회사 내부에서는 공장을 철거하자는 의견도 있어 어떤 결정을 내릴 지 주목된다. 


LG화학은 연초부터 익산공장 매각을 위해 원매자를 물색했다. 2016년 GS이엠으로부터 인수한 익산공장은 양극재 사업 확장의 밑거름이 됐지만 최근 설비 노후화와 4000~5000톤 수준의 소규모 생산능력으로 제조원가가 높아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LG화학 입장에서는 석유화학 시황이 침체된 가운데 비핵심 자산으로 분류하던 익산공장을 매각하는 것이 수익성 강화에 효과적이라는 계산을 한 것이다. 


이에 LG화학은 익산공장을 인수할 우선협상대상자로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장비 부품 업체인 뉴파워프라즈마의 특수관계사 '엠피이엠'을 선정했다. 매각가는 600억원대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뉴파워프라즈마의 오너가 양극재 시장 진출을 위해 새로 설립한 법인이다. 뉴파워프라즈마는 딜이 성사되면 엠피이엠에 직접 지분을 투자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우선협상대상자까지 선정하며 순조롭게 진행하던 딜은 최근 갑자기 무산됐다. LG화학은 일찍이 익산공장의 인력을 타공장으로 전환배치할 정도로 매각에 강한 의지를 보였지만 순식간에 분위기가 바뀐 것이다. 


뉴파워프라즈마는 지난 4일 "우선협상대상자로부터 일부 금액에 대해 투자 제의를 받아 검토했지만 본 건에 대한 투자를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최종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엠피이엠과 LG화학의 딜이 사실상 무산됐음을 간접적으로 알린 것이다. 


딜 무산 배경으로는 잠재적 경쟁자에게 공장을 넘기면 안된다는 내부 반대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엠피이엠은 노기수(1957년생) 전 LG화학 최고기술경영자(CTO) 사장을 초대 대표이사로 앉혔다. 


2005년 LG화학에 입사한 노 전 사장은 전기차 배터리용 양극재와 디스플레이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재료 개발을 이끈 인물이다. 2015년 재료사업부문장(부사장)을 지낸 후 2017년 말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어 그는 2020년 말 퇴임 후 2021년까지 LG화학 고문직을 맡았다. 이처럼 엠피이엠은 사업 경험이 풍부하고 전문성을 갖춘 인물을 대표이사로 선임해 본격적으로 양극재 사업에 뛰어들겠다는 복안이었다.


엠피이엠의 이 같은 행보는 의도치 않게 LG화학을 자극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LG화학이 엠피이엠을 잠재적 경쟁자로 의식한 것이다. 이대로 익산공장을 매각할 경우 LG화학이 엠피이엠에게 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해줄 수 있다고 우려하는 시각이 존재했다고 한다. 결국 노기수 대표는 엠피이엠 대표이사직을 사임했다. 


업계에서는 전문 인력부족과 경쟁사 재취업 문제의 관점으로 이번 사태를 해석하는 의견도 나온다. 이미 배터리업계에서는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 간에 이와 비슷한 법적 분쟁이 발생한 전례가 있다. 상황이 이러니 LG화학 내부에선 익산공장 설비 등을 매각하지 말고 이참에 아예 철거하자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 측은 익산공장 매각과 관련해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LG화학은 익산공장 원매자를 다시 물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공장을 철거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석유화학 침체가 장기화하는 만큼 비핵심 자산 매각을 통한 경영효율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LG화학의 2분기 석유화학 부문 영업손실은 127억원으로 전분기(508억원 적자)에 비해 적자폭이 줄었으나 3개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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