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떠난 현대엘베, 자사주 매입 동력 잃었나
300억 규모 신탁계약 해지…만기 앞둔 계약도 연장 가능성 낮아
이 기사는 2024년 01월 19일 15시 4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공=현대엘리베이터)


[딜사이트 김수정 기자] 현대엘리베이터가 최근 3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신탁계약을 해지한 가운데 만기가 남은 물량도 재연장 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시장에서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이 회사 주식을 모두 처분한 데다, 쉰들러홀딩스의 보유 지분 매도가 사실상 일단락되면서 자사주 취득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게 된 것으로 분석 중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해 5월 한국투자증권, 9월 미래에셋증권과 각각 500억원 규모의 신탁계약을 맺었고, 오는 5월과 3월 각각 만기가 도래한다. 3월 만료되는 계약은 현재까지 489억7400만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한 상태고, 5월 건도 498억7100만원어치를 사들인 상태다.


시장에서는 상반기 만료되는 두 건의 계약 모두 현대엘리베이터가 재연장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정은 회장이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전량 매각한 데다 쉰들러홀딩스의 주식 매도 공세도 약화되면서 더 이상 자사주를 매입할 이유가 없어졌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5일, 앞서 작년 7월 한국투자증권과 맺었던 300억원 규모의 신탁계약을 해지한 것도 이런 이유로 해석되고 있다.


우선 현대엘리베이터가 지난해 자사주 취득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것은 현정은 회장 경영권과 무관하지 않다. 작년 쉰들러와 소송에서 패한 현 회장이 2900억원의 배당금을 갚기 위해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담보로 무더기 대출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후 현 회장은 H&Q를 백기사로 끌어들여 배상금 문제를 해결했고, 지난해 12월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5.74%를 현대네트워크에 넘기는 한편 등기임원직에서 사임했다. 현대엘리베이터 입장에선 현 회장이 맡긴 담보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자사주를 더 이상 매입하지 않아도 되기에 신약계약 해지에 나섰다는 것이 시장의 시각이다. 


쉰들러홀딩스의 주식 매도 공세가 이전 대비 약해져 주가 하락 위험에서 벗어난 것도 현대엘리베이터가 자사주 매입에 소극적으로 변한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 주요 주주인 쉰들러홀딩스는 지난해 6월부터 올해까지 175만6536주를 매도했다. 이 같은 매도세에도 현대엘리베이터 주가는 우상향 했다. 현대엘리베이터 주가는 지난해 3월 2만원대 수준까지 떨어졌으나 현재 4만원대로 회복됐다. 쉰들러홀딩스는 투자금 회수 명목으로 계속 매도하면서도 지분 10%를 유지하겠다고 밝힌 만큼 현재 수준(11.45%)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 주가 하방 압력이 약해진 부분도 현대엘리베이터의 행보에 변화를 야기한 셈이다.


시장 한 관계자는 "현대엘리베이터가 지난해 신탁계약 등을 통해 자사주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것이 현정은 회장과 무관치 않다"며 "현 회장이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전량 매각했고, 쉰들러홀딩스의 지분 매도 행렬도 멈추면서 더 이상 주가 부양에 나설 필요가 없어지면서 (현대엘리베이터의) 자사주 매입 행보 역시 소극적으로 변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엘리베이터 역시 신탁계약 등을 통한 자사주 매입 계획을 아직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맺은 신탁계약 기간이 남아있기 때문에 연장에 대해서 논의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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