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훈범 아세아제지 회장, 'FCF'로 주주 요구 회피?
소액주주, 배당확대·자사주매입 촉구…사측은 CAPEX로 대응 가능성
이 기사는 2023년 07월 07일 08시 2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이익환원 등을 놓고 소액주주들과 대립 중인 이훈범 아세아제지 회장(사진)이 주주 요구 회피를 목적으로 잉여현금흐름(FCF)을 활용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대규모 투자에 의한 FCF 악화 가능성을 이유로 배당 확대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일 수 있단 것. FCF는 회사가 영업활동을 통해 유입한 현금 가운데 기배당 및 투자지출액을 제한 금액을 말한다. 삼성전자 등의 경우에는 배당 산정 시 순이익보다도 이를 활용하는 등 FCF는 기업의 배당여력을 보여주는 주요 지표로 취급받고 있다.


현재 아세아제지 소액주주연대는 회사에 배당 대폭 확대 및 자기주식(자사주) 추가 취득으로 저평가된 주가를 끌어올릴 것을 요구 중이다. 6일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이 3.49배로 업종평균(13.11배) 대비 4분의 1수준에 그치고 있는 만큼 인위적 주가부양책이라도 내놓으라는 것이다. 특히 주주들은 저평가 요인에 오너일가의 주주환원전략 부재를 꼽으며 배당 확대 등이 묵살될 시 주주총회를 통한 실력 행사도 불사하겠단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아세아제지 A주주는 "몇 년 간 회사 수익성이 줄곧 우상향 한 것과 달리 최근 주가(6일, 3만3750원)는 52주 최저가(3만1400원)에 근접할 정도로 떨어져 있는 상태"라며 "여기에는 실적 대비 배당금 증가폭이 낮은 가운데 최근 마친 자사주 취득액 역시 시장의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주주들의 말대로 아세아제지는 수년간 '짠물배당' 기조를 이어갔다. 최근 3년간만 봐도 이 회사의 배당성향은 11.6%, 8.9%, 9.5%로 약 30% 수준인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평균에 크게 못 미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울러 주주들은 올 3월 정기주주총회 당시부터 회사에 대규모 자사주매입을 촉구했는데 정작 최근 마친 자사주 취득 규모는 50억원에 그쳐 주주들로부터 추가적인 반발도 샀다.


이에 대해 시장은 이 회장이 주주환원 규모를 파격적으로 확대할 여지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황과 투자 규모를 고려할 때 전년 대비 FCF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서다.


먼저 아세아제지는 2026년 말까지 1951억원을 들여 골판지 신공장을 준공할 방침이다. 여기에 이 회사는 기존에도 연평균 521억원을 설비투자에 써 온 터라 투자가 FCF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 같이 투자활동을 빌미로 배당성향을 축소하는 것은 여러 업종에서 흔한 일이다. 식음료업계에서 짠물배당으로 유명한 샘표식품 역시 배당을 확대하란 주주들의 요구를 투자 우선을 이유로 묵살한 바 있다.


수익성이 악화된 점도 배당확대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다. 아세아제지의 올 1분기 매출 및 순이익은 각각 2240억원, 188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매출은 10.7%, 순이익은 29.5% 각각 감소했다. 팬데믹 특수가 소거된 데다 경기악화로 주력인 골판지 수요가 떨어진 여파였다.


시장의 한 관계자는 "FCF 외에도 회사가 보유한 현금 등으로 배당에 나설 순 있을 것"이라면서도 "투자 뿐 아니라 실적악화로 인해 배당가능이익이 줄어든다면 회사 입장에선 배당을 증액하지 않을 충분한 명분을 얻게 되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배당과 관련해 아세아제지 측은 "회사의 경영실적, 현금흐름 및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필요한 투자 규모를 종합적으로 감안해 결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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